교보문고는 어떻게 서울 중심에 자리를 잡았을까? / 교보 창립자 추모전

2023. 10. 3. 22:05빚는 공간

서울살이에 마음붙이는 데 큰 힘이 되었던 교보문고.
생각이 필요한 날,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운 날이면 교보문고를 찾았다.
서가를 오가며, 때마다 필요한 배움을 얻었다.

어떤 기업을 대상으로 '감사함'을 느끼는 건 손에 꼽을 정도인데,
교보문고에서 좋은 책을 만나고 온 날이면, 어김없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근처에 교보문고가 있어서 정말 좋다고, 다행이라고 !

오늘은 나의 세상을 계속해서 넓혀주는 기업, 교보문고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출처: 교보문고
 
서울 도심의 중심, 광화문 광장 사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붉은색의 커다란 빌딩에 걸린 대형 글판이 눈에 들어온다. 멍하니 있다가 글판을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1991년에 걸린 교보문고 창립자의 뜻으로 세워진 글판은 이제 광화문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글판 아래 지하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면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대형 서점, 교보문고가 있다. 매장 안에 들어서면 대형 나무책상이 있고 독서하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처음 이곳에 방문했던 스물 셋의 겨울. 나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대형 나무 책상에 압도되었고, 장서 보유량에 또 한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런 곳이 우리 집 근처에도 있었으면..! 하고 얼마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처음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을 지었을 때, 임원들은 비싼 임대료 수입을 포기하면서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반발하였지만 창업주 신용호 회장이 "서울 한복판에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서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밀어붙여서 교보문고를 세웠다고 한다. 대산은 교보문고를 설립하면서 “남녀노소, 부자, 가난한 자 상관없이 그 누구라도 언제든지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을 평생 일념이었다고 한다. 반대 끝에 1981년 문을 연 교보문고. 아마 책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다 알만큼 역사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서점으로 자리잡은 교보문고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창립자 신용호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서점을 차린 신용호 선생님은 어린 시절 폐병을 앓아 학교를 가지 못했고, 친구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해에 입학하려 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신용호의 인생책

신용호 선생님의 책

공부할 기회를 놓친 신용호 선생님은 절망하지 않고 학교에 가지 않고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도서관이나 친구, 하숙생들에게 책을 빌려 닥치는 대로 읽으셨다고.. 특히 선생님의 인생의 영향을 크게 미친 책은 카네기 이야기라고 한다. 제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세계 최대 철강회사를 일군 앤드류 카네기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업가의 길을 선택하셨다고 한다. 이런 내용을 알고나니, 신용호 선생님께서 임원진의 반대를 뚫고(!) 꿋꿋히 서점을 만들 수 있었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교보그룹의 시작, 대한교육보험

사업을 결심한 신용호 선생님은 수 많은 사업에 도전하고 실패하길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다 마침내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의 창립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진학보험(교육보험)’을 출시했다고 한다. 아빠들에게 매일 담배 한 갑 살 돈만 아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광화문 한복판에 광고 대신 메시지 

교육 보험이 크게 성공하며, 광화문 중심에 사옥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서울 최고 중심지에 있는 사옥을 놓고 기업 홍보 또는 광고를 위한 간판을 제작할 수도 있었지만 “광화문사거리가 유동인구가 많고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니, 시민들에게 좋은 글귀를 소개하면 좋겠다”는 신용호 회장의 의견에 따라 글판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교보빌딩의 글판이 깊은 뜻을 담아 창립자분께서 직접 제안해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에 또 한번 놀랐다. 수 많은 사람이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 앞에서 생각에 잠겼겠지 - )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 줍시다.
와서 사람과 만나고,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합시다.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작가나 대학교수, 사업가, 대통령이 되고 노벨상도 탄다면
그 이상 나라를 위하는 일이 어디 있으며, 얼마나 보람 있는 사업입니까.”

- 신용호 선생님께서 교보문고 개점을 반대하는 임직원들을 설득하며 하신 이야기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진행하는 <창립자 영면 20주기 추모전 : 대산이 오늘의 청춘에게> 전시에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 개인적으로, 전시회를 보고 나서 마음이 상쾌했다. 닮고 싶은 크고 넓은 마음을 느끼고 오니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된 느낌이 든달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점이라서 소란스러움에도, 전시 공간에 들어서니 또 다른 공간에 온 느낌이 들었다. 차분하게 정돈된 분위기가 참 좋았다.